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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듯 세계여행

[경복궁] 조선의 왕들이 걷던 그 길 본문

우리 마을 이야기(Korea)/서울(Seoul)

[경복궁] 조선의 왕들이 걷던 그 길

moreworld™ 2009.11.28 22:04


일주일 전 숭례문(남대문)에 불이 난 것은 나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밤잠 못자고 뜬눈으로 바라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그 상황이 믿을 수 없었고, 어찌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그것은 내가 애국자여서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느꼈을 법한 일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한 동안 충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

한번도 가까이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멀리서 보이는 그 모습이 어찌나 위풍당당해보이던지 감히 함부로 근접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을 느낌이었는데 방화라니...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방화를 저지른 사람도 나쁘지만 우리의 문화, 우리의 뿌리를 모른척하고 도외시한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남의 나라는 책 찾아가며, 인터넷 찾아가며 정보교환하고, 발품팔아가면서까지 살펴보면서 정작 우리 문화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했던 내가 한심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라도 우리 문화에 대한, 우리 역사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기로 맘먹었다. 나의 지난 행적들을 되돌아보면서...

         

                                                  <수선전도>                                                   <경복궁도>
                                                            [위 그림은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기행에서 인용]

2006년 겨울 서울 세미나에 참석한 후 겨울여행을 떠나기로 맘먹었었다. 그러면서 일단은 서울에 들렀으니 그 주변을 돌아보자해서 세미나가 끝난 날 저녁에는 청계천을, 그 다음날 아침에는 경복궁을 향했다. 어렸을 때부터 나름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자처했었는데 서울지역에 있는 우리나라 궁궐은 한번도 찾아가보질 못했다니... 기껏해야 경주정도가 다였으니 참...

다만 아쉽다면 경복궁은 우연한 기회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찾은 것이라 내가 원하는 만큼 이곳 저곳 구석구석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곳과 아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맛배기로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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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흥례문 입구>

원래 경복궁의 대문은 광화문이라 하는데 나는 어째 흥례문으로 먼저 들어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광화문은 본 적이 없어 위치가 어째되는지도 몰겠고... 주차장에서 들어가니 제일 처음 나오는 문이 이것이었는데... 경복궁은 입구부터 마음가짐을 새롭게하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당시 복장을 한 병사들이 입구를 지키고 왠지 호패를 보여주어야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흥례문은 2001년에 복원된 것이라 한다.

흥례문을 지나 다리를 하나 건너고 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근정전이다. 경복궁의 상징이라 할 수 잇는 건물인 근정전(勤政展; 부지런하게 다스린다)은 국가의 중요한 행사가 열렸던 곳이다. 사극을 보면 나오는 '조정'은 정전의 앞마당을 일컫는 것이고 중앙문 앞으로 나있는 길은 왕만이 다닐 수 있는 길이었단다. 허허... 그 옆으로 품계석이... 근정전도 정도전이 지어 올린 이름이다. 이 곳은 세종대왕이 왕위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이층건물로 보이지만 사실 가서 실내를 보면 단층으로 천정이 높은 건물이다.

 

<근정전 실내>

 저기가 임금이 앉는 용상이다. 용상 뒤에는 왕실을 상징하는 [일월곤륜도]가 있다. 지금의 근정전은 임진왜란으로 본래의 모습을 잃었다가 최근 경복궁 복원 공사로 다시 세워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것을 지키지 못하는 역사가 아쉬울 따름이다.

<경복궁 궐내각사 수정전>

세종대왕의 집현전이 있던 곳이 지금의 수정전이란다. 이것 또한 임진왜란때 소실되었다가 고종때 재건된 것으로 고종은 생활공간으로 사용했단다. 수정전 앞을 지키고 있는 나무가 예사롭지 않다.

경복궁에 와서 좋은 것도 있지만 조금 실망한 것은 터만 남은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xx터, xx터, xx터, .... 이렇게 팻말로만 적어놓고 정작 아무것도 없는 잔디밭이 역사를 찾아 온 후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누구를 탓하리오. 너무나 속상하고 일제의 만행에 다시한번 치를 떨면서 절대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만을 바래본다.

경회루(慶會루)는 우리 눈에 너무나 익숙한 곳이다. 왜냐하면 구 만원권의 뒷면 그림이 경회루이기 때문이다. 바뀐 만원권에서는 볼 수 없지만 오랜 시간 생활 속에서 볼 수 있어서 친근함을 준다. 저 멀리고 경회루를 보고 반가워 뛰어갈 정도였으니...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경회루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최대의 누각으로 외국의 사신이 왔을 때나 국가의 경사가 있을 때 연회가 이루어진 곳이다. 연산군이 흥청망청 잔치에 돈을 쓴 것도 여기에서란다. 원래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나 일제에 의해 담이 허물어졌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알아보면 알수록 속상한게 많다. 우리 후세들은 속상하지 않아야 할텐데 요즘도 영~

경회루 왼쪽으로보면 아담한 정자가 보인다. 향원정이다. 경회루의 거대함에는 기가 죽지만 그 품어내는 분위기는 경회로 못지 않다. 왕실 가족들이 차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곳으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이 곳을 가끔 들렀다. 원래 다리는 한국전쟁때 파괴되어 버렸고 현재의 다리가 생겼는데 위치나 방향이 전혀 딴판이란다. 고요함 속에서 휴식을 취했을 왕가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 하다.

드디어 중궁전(교태전)이다. 내명부의 핵심인물인 중전마마가 거쳐하는 곳으로 앞에서 봤던 근정전이나 다른 건물들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그냥 나의 느낌일까? 조금 더 세심함이 들어간 것 같고, 조금 더 아름다움을 보이기 위해 조목조목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경복궁에서 가장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있다. 사극에 보면 교태전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경복궁의 중궁전의 이름이 교태전이다. 구중궁궐이라는 말이 아홉개의 담을 통과해야 교태전이 나온다는 말이라는데 그만큼 안쪽으로 깊숙한 곳에 있다는 표현이겠지. 처음 생긴건 세종대왕때지만 여러번 불이 타고 고종때 재건했지만 일본이 창덕궁으로 옮겨 지금의 교태전은 최근에 복원한 것이다.

궁궐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한번 들어오면 다시 나가지 못하는 왕비의 놀이터 정도라고나 할까. 교태전 뒤에 마련된 후원이다. 사가를 떠난 중전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도록 태종이 만든 곳으로 경회루 앞 연못을 파면서 나온 흙으로 쌓은 산이다. 특히 사군자와 학, 대나무 등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 굴뚝이 나의 눈길을 끈다. 너무 아름다워서 보자마자 눈도장 찍은 곳이다.

 경복궁 골목길

금방이라도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들이 뛰쳐나올 것만 같다. 사극을 너무 많이 봤나? ^^
경복궁을 한바퀴 돌고 돌아오면서 어떤 뿌듯함보다는 화가 나고 가슴한켠이 싸~한 것을 느꼈다. 너무나 많은 부분이 남에 의해 파괴되고, 변형되었다는 것이... 명성황후 시해장소를 지나오면서는 그 기분이 더했다. 이미 지난 과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역사는 돌고돈다는데 또 이런 일이 없으란 법이 있나... 잘 지켜야할텐데... 그러면서 나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명성황후 뮤지컬도 떠오르고, 영화 한반도도 떠오르고...

많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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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을 빠르게 둘러보고 나오다보니 박물관이 보인다. 시간이 급해 박물관은 자세히 다 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다시한번 올 것을 기약하며 뒤돌아서는 발걸음은 찾아올때와는 다른 설레임을 가지게 했다.

경복궁 넓은 공간내에
건물터만 남아있는 곳이 너무 많았고
예전의 그 아름다운 건물들이 다른 나라에 의해
불타 없어져버렸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정말이지 우리 것을 지킬줄 알아야 한다.

가기 전 공부를 좀 하고 갔었으면 좋았을텐데 경복궁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이라 입구 안내소에 있는 설명문을 참고할 수 밖에 없었다. 집에 있던 궁궐관련 책자라도 들고 갔으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다녀와서 이렇게 다시 곱씹어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재미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번에 가면 더 많은 것이 눈에 보이겠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실감하고 있으니...

 

박물관 앞에 마련된 약재상(그냥 만들어놓은 것 같다)

 

박물관 로비... 색채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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