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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듯 세계여행

[일 드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의 문지방이 이렇게 높을 줄이야... 본문

서쪽 마을 이야기(Europe)/프랑스(France)

[일 드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의 문지방이 이렇게 높을 줄이야...

moreworld™ 2010.01.31 22:04


루이 14세의 권력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베르사이유 궁전을 보러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는데, 궁전으로 향하는 코너를 돌자마자 '헉~'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입구부터 금빛으로 포장된 궁전의 화려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면 참으로 좋았을텐데 그보다 먼저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의 모습이 먼저 보였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일찌감치 왔다고 뿌듯해 하고 있었는데 그 뿌듯함은 몇 분도 가지 못했다.


궁전의 크기가 너무나 커서 한 컷에는 담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면서도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하나'라는 생각때문에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루이 14세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는 걸 상상이라도 했을까. 근 20년간을 짓고, 100여년간 계속된 증축이 얼마나 거대한 궁인지를 이야기해 주지만 잠깐이지만 이렇게 크지 않았음 이 사람들을 다 어쩔까...하는 생각도 든다.


지하철에 rer까지 바꿔가며 근 1시간 가까이 걸려 이곳을 찾지 않았다면 분명 나는 발걸음을 돌렸으리라. 비록 유명 관광지이고 볼거리가 많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 치여가며 보고 싶은 마음까진 들지 않으니 말이다. 이 넓은 마당에 저런 줄이 10여개는 넘게 있으니 점심때까지 들어나 갈 수 있을지 심각하게 걱정이 되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오늘은 루브르박물관이 쉬는 화요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리로 많이 몰렸나보다.

이곳이 원래는 늪지였단다. 셀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이렇게 바꾸어놓았다. 물론 그 때문에 많은 원성과 결과적으로 죽음까지 당해야 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보이는 돌들이 땅에 박힌 깊이는 수십cm나 된다고 하니 그들의 수고가 얼마나 컸을지 조금은 알듯도 하다.


루이 14세는 지금 이 모습을 보며 영광스러워할까?
우쭐해하고 있을까? 아님, 뭐 이 정도야... 이렇게 생각할까?

<뮤지엄패스 2일권>


한 여행안내 책자에 [뮤지엄패스]를 구입하면 줄을 서지 않더라도 그룹방문자 전용 출입구인 B2를 통해 바로 들어갈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뮤지엄패스가 나에게 그다지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금(32Euro)을 주고 샀는데 바로 들어갈 수 없었다.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알고 왔는데 그냥 줄서서 가야한다는 사실에 실망하는 사람도 적잖이 있었다. 명확한 정보!!! 정말이지 너무나 중요하다. 남은 하루동안 빨리 보고 다른 것들도 보려고 유일하게 베르사이유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카드였는데...


궁전 한 모퉁이 건물 지붕의 모습이다. 멀리서 보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가까이 가서도 이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카메라 줌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런 곳까지 이렇게 섬세한 조각들로 장식해두고 있다. 천사들이 이곳을 지켜주기를 바래서일까. 대부분은 천사들이다.



베르사이유궁전 입구는 금으로 장식된 문이 인상적이다. 문양도 아주 화려한데 가운데에는 프랑스 왕실을 의미하는 국화문양도 있다. 가장 위에는 왕가의 왕관같아 보이기도 하다. 맑은 날 보았다면 눈부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을 정도로 반질반질하게 닦아놓았다.


2시간을 줄 서서 기다린 끝에 베르사이유 궁전 문지방을 넘어섰다. 이렇게 궁전의 문턱이 높을 줄이야. 새로운 경험을 앞에다 두면 기다리는 시간도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채울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몰린 탓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도 몇 번 있었다. 오랜 시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자마자 세치기를 해가며 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기다리는 동안 좋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보는 사람 기분까지 흐트리는 경우도 있다. 좋은 구경하며 이런 것들은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Episode ★



이 5명의 학생들은 한국의 대학생들(앞의 파란 티셔츠와 보라 티셔츠는 제외)이다.
내가 이 학생들을 이렇게 보여주는 이유는 이들을 통해 우리도 조금은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지 않을까해서이다.

뮤지엄패스로 입장하려고 서 있을 때 한 한국의 남학생이 자신도 뮤지엄패스로 입장하려한다고 물었고, 당연히 나는 여행책자에 그리 소개되어 있어서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함께 기다렸다. 조금 기다리다 안내자에게 가서 물으니 입장이 되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줄을 서야 한다길래 다시 긴 줄을 찾아 뒤에서부터 다시 기다려야했다. 그 친구에게 좀 미안한 마음도 들고해서 먼저 줄을 서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러고 얼마뒤...
한국의 남자 대학생 하나가 우리 앞의 남학생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이때 이미 우리 뒤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자신들을 앞에 세워주면 안되냐고 말했고, 앞의 남학생들은 뒤를 돌아보며 사람들이 많이 서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괜찮다며 은근슬쩍 줄을 섰다. 그러고는 4-5명 정도 되는 자신의 일행들을 불러세운다. 그리고는 뒤를 보고 슬쩍 웃더니 재잘재잘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한다. 너무나 어이가 없어 정신이 혼미해졌는데 이들의 이야기가 더 가관이다.
나는 언제부터 몇 개국을 갔다왔고, 어디는 어떻고, 어디는 볼만하지만 어떤 곳은 별거 아니고... 난 너무 많이 다녀봐서 이제는 별로 감흥도 없다니, 다음엔 어디를 갈 것이라느니, 연수나 유학도 생각중이라느니... 이런 이야기들이 오갔고, 대부분의 대화는 자신들이 가본 나라들과 그 곳에서 한 일들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런 여행이나 방문을 통해 무엇을 배웠다는 이야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수와 그래서 세상이 우습게 보인다는 류의 이야기가 다였다. 그러면서 제일 먼저 온 남학생 왈 '너네는 나 덕분에 이렇게 빨리 들어가는거라고, 자기한테 고마워해야한다고...'. 한 여학생이 '우리가 이렇게 서면 사람들이 뭐라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지만 그 남학생 '괜찮아, 우리가 한국인인줄도 몰라. 일본이나 중국에서 왔다하면 되지 뭐.'라고 대답한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현주소인가하는 생각이 들자 내가 너무 부끄러워졌다.
그 보다 이들의 모습이 우리 학생들의 모습이 아니길 간절히 바랬다.

여러가지 여건이 좋아져서 예전보다 쉽게 외국의 다양한 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그 본인에게도, 우리 사회에도 많은 도움이 되어 우리나라의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와 함께 우리 안에 서서히 물들고 있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에 대한 우상'이라 생각한다. 많은 나라들을 다니며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그 보다 먼저 내가 그것들을 볼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점검해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 생각한다. 정규교육 안에서 이러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우리나라의 교육은 현실적으로 그러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렇다면 요즘 광고에 나오듯이 '원래 그래'라는 생각으로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내가 끊임없이 변화하도록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자신에 대한 책임을 자기 스스로 져야하는 것이니까. 아무리 대학이 상아탑의 의미가 퇴색되었다하더라도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인데, 이렇게 기본적인 질서와 마인드가 되어있지 않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너무나 뻔한 것이 아니겠는가. 안과 겉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단순한 세치기 하나로 뭐 그런 생각까지 하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날 나와 일행들은 이 친구들 덕분에 하루 기분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우리가 외국에서 이야기를 하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것이 동양의 어느 나라의 언어, 내지는 한국어라는 것을 알아가는 사람들이 많고, 우리의 외모를 보고도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우리가 들고 다니는 여행 책자들에서도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외국에 나가면 모든 사람들이 민간 외교관이 된다는 현대 사회에서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가지는지 한번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거금을 들여 하는 국가브랜드 광고보다 이것이 훨씬 더 파급효과가 클테니 말이다.

물론 그 친구들을 보면서도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은 잘못 된 것이라고 제대로 말해주지 못한 나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절감한다. 그래서 이 순간 이후로 절대로 침묵으로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그나마 내가 그들의 뒤에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있었다면 더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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