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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듯 세계여행

하바나에 남은 헤밍웨이의 향기(암보스 문도스 호텔 & 플로리디타) 본문

동쪽 마을 이야기(America)/쿠바(Cuba)

하바나에 남은 헤밍웨이의 향기(암보스 문도스 호텔 & 플로리디타)

moreworld™ 2017.07.12 17:04

 

 

쿠바에서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를 만나는 건 이번 여행에서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헤밍웨이가 살았다는 집(지금은 박물관)이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다운타운에 있는 몇 곳을 둘러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헤밍웨이로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암보스 문도스 호텔(Ambos Mundos Hotel)로 하바나를 둘러보다보면 몇 번은 지나치게 되는 곳이다.

 

 

 

세상에나, 분홍색의 건물이라니...

건물에는 사용할 수 없는 색이라는 나의 고정관념을 와장창 깨뜨려놓은 암보스 문도스 호텔은 헤밍웨이 덕분에 크게 이름을 날렸다. 지금도 여전히 헤밍웨이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호텔 입구를 들어서면 로비를 겸한 바가 있고, 안쪽으로 쭈욱~ 들어가면 헤밍웨이 사진으로 도배된 벽이 있다. 그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헤밍웨이의 자필 싸인! 대문호라 그런가, 싸인이 꽤나 거창하다. 이곳을 둘러보다보면 호텔 이름을 헤밍웨이로 바꿔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만큼 이 호텔은 헤밍웨이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여기서 2PM의 택연을 딱 마주쳤다는...

 

 

 

1923년에 문을 연 암보스 문도스 호텔에는 여전히 헤밍웨이가 머무는 듯 하다. 그가 7년간 머물렀다는 511호 객실은 그를 위한 공간으로 봉인되어 헤밍웨이를 그리워 하는 많은 사람들을 맞이한다. 그래서 호텔의 엘리베이터는 늘 만원이고, 긴 줄을 기다려야 하는건 당연한 일이 되었다. 리모델링으로 호텔의 모습은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곳이 있다면 이 엘리베이터. 그래서 기꺼이 즐겁게 기다린다.

 

 

 

 

총 52개의 객실 중 5층에 있는 511호가 바로 헤밍웨이를 위한 공간이다. 1932년부터 1939년까지 7년간 이 곳에서 지내며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의 집필을 시작했다.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511호 문을 열었지만 '철커덩', 한번 더~ '철커덩' ... 잠겨 있다.

 

10분이나 남았는데 문을 닫아버렸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뒤돌아 나오는데 계단을 내려오던 할아버지 왈 "쉿! 지금 헤밍웨이는 잠을 자고 있어!" ㅎㅎ 이곳에선 누구나 다 문학적 감성이 살아나나 보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이곳을 다시 찾았다.

 

 

암보스 문도스 호텔 511호 "헤밍웨이 박물관"

 

 - 입장시간: 10:00AM ~ 5:00PM

 - 입장료: 2CUC(약 2,000원)

 

 

▲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헤밍웨이 작품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니 담당자가 나오고, 입장권도 없이 2쿡을 내고 들어갔다. 헤밍웨이가 쿠바로 와서 가장 처음 머문 곳이며, 7년간 살았다는 이 곳, 여기가 정말 맘에 들었나 보다. 호텔은 리모델링을 했지만 이 방은 헤밍웨이가 머물렀던 그 때, 그 모습으로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관리인 말로는 이 방에서 작업을 하며 창을 통해 바라보는 하바나의 풍경을 참 좋아했단다. 창을 통해 그가 바라본 하바나를 보고 싶었으나 6층 전망대에서 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ㅠ

 

 

 

 

객실에는 작가였지만 오히려 낚시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는 헤밍웨이의 삶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다. 생전 사용했다는 타자기와 낚시,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필라르 어선이 장식되어 있다. 코히마르에서 커다란 고기를 잡는 날이면 동네사람들을 모아 자랑하곤 했다는 낚시광, 어쩜 [노인과 바다]에서 청새치를 잡는 노인은 그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쿠바에서는 헤밍웨이 낚시대회가 매년 열린단다. 헤밍웨이가 3번이나 우승을 했고,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도 이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심지어 카스트로는 첫 출전에 1등을 했다고 한다.

 

작은 책장에 꽂힌 헤밍웨이의 책 중 안타깝게도 한글 책은 없었다. E-book으로 구입해 간 [노인과 바다]가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다음에 갈땐 꼭 한글판 소설을 하나 가져가야 겠다.

 

 

 

511호에서 잠시 머무른 뒤 하바나 풍광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6층 카페로 올라갔다. 말레꼰 해변과 모로 요새까지 보인다. 헤밍웨이는 이 풍경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 모히또

 

▲ 다이끼리

 

헤밍웨이의 머릿 속엔 창작의 열정이 가득 했겠지만 내 머릿 속은 그가 즐겨마셨다는 모히또(mojito) 생각만이 간절하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지날까, 시원한 모히또 한 잔으로 뜨거운 하바나의 열기를 식힌다.

 

 

 

해가 질수록 루프트탑 바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이곳은 해질 녘이 되면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하바나를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굳이 음료를 마시지 않더라도 올라가 둘러볼 수 있는 곳이지만 하바나에 있는 동안 3번이나 들렀던 만큼 모히또 한 잔을 들고 바라보던 말라꼰 해변의 석양은 지금도 눈을 감으면 현실처럼 펼쳐진다.

 

 

 

헤밍웨이를 회상하며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라 플로리디타(La Floridita)다. 중앙공원에서 오비스뽀 거리로 가다보면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이곳이 플로리디타다. 1871년 오픈해 지금까지 인기있는 칵테일 바로 운영되고 있는데 어떤 때에는 입구를 들어설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

(나의 모히또는 라 보데기따에, 나의 다이끼리는 엘 플로리디따에)

 

 

사람들이 플로리디타를 찾는 이유는 유명한 다이끼리를 마시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 보다 이곳의 다이끼리를 헤밍웨이가 무척 사랑했다는 소문 때문이기도 하다. 암보스 문도스 호텔에 묵으면서 저녁이면 다이끼리를 마시기 위해 플로리디타를 찾았단다. 지금도 한쪽 구석엔 헤밍웨이가 버젓이 서 있다. 실물 크기로 만들어진 헤밍웨이 동상 앞은 발 한번 들이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다이끼리(Daiquiri)는 라임과 설탕, 럼주를 섞어 만든 칵테일이다. 헤밍웨이가 사랑했다는 플로리디타의 다이끼리는 전통적으로 사탕수수와 얼음, 럼주를 섞어 만든다. 얼음이 슬러쉬처럼 부드럽게 갈려 살짝 입만 대도 시원스럽게 목을 감싼다. 그렇게 눈 깜짝할 새에 한 잔이 사라진다. 그래서 늘 헤밍웨이는 2잔의 다이끼리를 마셨다고... 우리는 좀더 달콤한 딸기 다이끼리를 마셨다.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바나나칩도 예술이다.

 

 

맛을 음미하며 낭만을 즐기고 싶지만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칵테일 바라 그럴 여유까지 원하는건 욕심인 듯 하다. 다이끼리를 주문하면 바텐더는 다량의 재료를 쏟아부어 믹서기에 갈고, 그렇게 만들어진 다이끼리는 기계적으로 잔에 쏟아 부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이끼리가 사람의 마음을 풀어재치는 방법은 오직 플로리디타만이 알 것 같다.

 

 

헤밍웨이의 집에 갈 수 없어 아쉬웠던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문득 헤밍웨이의 삶을 떠올려 본다. 쿠바혁명 이후 미국과의 사이가 극도로 멀어진 쿠바는 헤밍웨이를 강제로 추방해 버렸다. 여전히 쿠바와 미국은 불편한 관계(오바마 덕분에 좋아지는 듯 했으나 트럼프 이후 그 관계를 확신할 수 없을 듯 하다-전적으로 나의 생각)이나 하바나는 온통 헤밍웨이와의 추억으로 가득한데.. 세상은 참 아이러니 하다.

태어난 미국 보다 쿠바가 더 잘 어울리는 헤밍웨이의 남은 삶이 행복했을리 만무하다. 쿠바를 떠난지 고작 1년 만에 자살한 헤밍웨이... 어쩜 지금도 그는 쿠바 곳곳을 서성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암보스 문도스 호텔의 모히또: 3쿡(약 3,000원)

    플로리디타의 다이끼리: 6쿡(약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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